[이코노믹리뷰=전지현·김자영 기자] #. 2021년 2월 아코르그룹 글로벌 고급 호텔 브랜드 '페어몬트 앰버서더'가 국내 첫 상륙하자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페어몬트는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해 유럽 고성과 흡사한 모습으로 '꿈의 호텔'로 꼽혔던 캐나다 퀘백 기반 호텔.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은 오픈 전 드라마 '팬트하우스' 속 부동산 거물 로건 리가 머무는 장소로 전파를 타며 기품과 고급스러움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국내 호텔업계가 '럭셔리(Luxury)화'되고 있다. 호텔업 최대 등급인 '5성급'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6성급'이란 표현도 서슴치 않게 나온다. 코로나19로 '돈맥 경화 현상'이 일어나고 중형 호텔들이 매물로 쏟아지는 와중에도 다른 한축에서는 기존 최고급 단계에서 한층 진화한 프리미엄화 물결이 일고 있다.

"궁전이야, 호텔이야"...더 화려하고 더 고급스럽게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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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문을 연 '조선 팰리스 강남'은 고급스러움과 품격에 일대 주목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야심작으로 꼽힐만큼 입구부터 사자와 봉황으로 꾸며진 황금빛 문장으로 마치 궁전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로비에는 무려 4억원 수준 '모세상'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작품 400여점이 전시돼 웅장함과 화려함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최상위 객실 하루 숙박료가 1,600만원, 뷔페는 성인 1인 기준 14~15만원대로 동종 업계 최고가를 경신하며 럭셔리 호텔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앞서 롯데호텔 역시 지난 2017년 최상위 브랜드 '시그니엘 서울'을 선보였고, 지난해 6월에는 '시그니엘 부산'을 개관하며 지역으로까지 영토를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호텔은 지난해 1월부터 약 11개월 간 객실 레노베이션을 완료하고 12월 재개관했다. 레노베이션을 통해 럭셔리 호텔의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본격화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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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3대 호텔 중 하나로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본업과 연관없는 사업들을 정리하는 등 사업재편을 통한 호텔사업 경쟁력 강화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관련 신규 시설 추진건만 총 4개. 강원도 양양과 부산에 위치할 호텔과 거제·춘천지역 프리미엄 빌리지, 한화리조트 설악 부지를 개발하고 단지 리뉴얼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의 작품 '오노마' 호텔이 대전광역시에 출격한다. 오노마는 대전지역을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로 자리매김하겠단 전략이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럭셔리 호텔의 무덤'으로 불릴만큼 특급 호텔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최상급 브랜드인 시그니엘과 포시즌스 등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럭셔리 호텔을 경험한 고객이 늘고 문화가 확산되며 각광받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특히 최근 가치 중심 소비를 즐기는 MZ세대 트렌드 럭셔리 호텔에 대한 관심 증대도 한몫했다. MZ세대는 호텔을 단순한 숙박 장소를 넘어 경험의 가치로 여기고 지갑을 여는데 아끼지 않고 있어서다. 일례로 이들은 '부산여행'이 아닌 '그랜드 조선 부산' 가는 목적으로 부산 방문한다는 이야기다. 호텔이 여행 목적이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을 즐기기 위한 고객 증가와 비례해 럭셔리 호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지면서 국내 숙소 기대치도 같이 높아진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에 호텔들은 고객니즈에 따라 프리미엄·부티끄 등 종류를 다양화하고, 수영장, 식음 등 부대시설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럭셔리 리조트까지 한국에 첫 진출을 예고 하는 등 한국 럭셔리 호텔 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텔=문화사업 일환', 소유주 혜안·소신 필요

전문가들은 향후 '호텔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취향에 따라 중저가 선호 고객과 세계 어디서든 고급호텔만 다니려는 최고급 선호고객으로 나뉠 것이란 의미다. 호텔시장이 최상급 혹은 중저가 버전으로 나뉘면서 과거 가격이 비교적 높았던 중간 브랜드 호텔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운영할수록 손해가 나면서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따라서 향후 호텔업계는 차별화 요소를 확실히 갖춰야한다고 조언했다. 김혜영 경희사이버대학교 호텔레스토랑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호텔산업은 외국인 대상 관광사업이 아닌 '문화+스페이스 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호텔은 서비스&문화라는 '예술' 요소와 휴실&즐거움이라는 '락'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너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매각이 진행된 호텔들은 소유주가 호텔을 부동산 수익 모델로 보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호텔은 음식, 숙박 만으로 수익이 나기 어려운데다 서비스 인력 이직도 잦아 투자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유주가 호텔을 관광, 부동산을 넘어 하나의 문화사업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고재윤 경희사이버대학교 호텔레스토랑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의 호텔 매각은)코로나19도 문제지만 수익성을 따지면서 다른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자본 아닌 외국자본 바탕인 곳들은 경영 목적이 수익성이기 때문에 수익이 없고 코로나 종료 시점도 보장할 수 없다보니 매각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혜영 교수는 "'반포 호텔' 매각은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운데 현금이 필요해 땅값이 오르자 팔아버린호텔 변화의 안좋은 사례"라며 "호텔 경영 전문 지식이 있는 경영자, 호텔을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볼 혜안과 소신있는 오너가 필요하다. 지금 그 전환기에 있다"고 전했다.